“삼보삼락(三寶三樂)의 고장 진도에 가면 진돗개가 붓을 물고 난(蘭)을 치고 사람은 빗자루만 들어도 그림을 그린다”라는 말이 전해오고 있다. 그리고 “진도에서는 글씨 자랑, 그림자랑, 소리 자랑 하지 말라”라는 말도 있다.
삼보삼락이란 영리하고 충성심 강한 진돗개, 깨끗한 공기와 햇살 품은 구기자, 오래 끓여도 싱싱하고 통통한 돌각 미역이 진도의 3가지 보물이며 진도 아리랑(노래), 진도 홍주, 그리고 서화가 세 가지 즐거움이다.
이런 민속문화유산의 보고(寶庫)인 진도에서 30여 년 동안 ‘천년의 맛’을 빚고 있는 진도홍주 김애란 대표를 만났다.
우선 진도홍주에 대해 알아보자.
전라남도 무형유산 제26호로 지정된 진도홍주는 고려 말기에 처음 빚기 시작해 조선시대에 최고의 술로 인정받은 후, 1993년 창립한 진도전통홍주 보존회에의해 한국 전통주로 전승‧보존되고 있다.
주원재료는 쌀과 보리, 그리고 영약으로 불리는 지초 등 3가지다. 홍주의 붉은 빛을 내는 지초(芝草)는 예부터 산삼과 더불어 3대 선약이라 불렸으며 동의보감·본초강목 등에 배앓이, 장염, 해열, 청혈에 이롭다고 쓰여 있다.
증류식 소주에 이 지초를 적당량 용출하여 색과 맛, 향을 독특하게 발휘한 것이 전승되고 있는 제조 비법으로 진도군에서는 2000년대 부터 홍주를 군의 신활력사업으로 밀면서 통일된 품질 기준과 디자인을 마련했다.
이때 만들어진 제품이 두 가지 나왔는데, 도수 40% 제품인 ‘루비콘’과 35% 제품인 ‘아라리’로 모두 김애란 대표의 ‘대대로 영농조합법인’에서 생산하고 있다.
진도에는 모두 7곳의 홍주 제조업체가 있지만 ‘대대로 영농조합’ 제품에는 진도군수의 품질인증이 붙고 그 외의 다른 홍주 브랜드는 진도의 각 제조업체가 개별적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40도의 꽤 높은 도수에도 불구하고 부드럽게 넘어가며 향긋하면서 살짝 남는 달달한 뒷맛이 일품입니다”
또한, “색깔이 붉고 맛이 독특하며 음주 후 자고 나서도 숙취와 갈증이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전라남도로부터 ‘2024 남도 우리술 품평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대대로 영농법인 김애란 대표는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이렇게 진도홍주를 소개했다.
우리술 품평회는 전남도가 주최하고 (사)전남전통주생산자협회가 주관해 매년 전남지역 주조장에서 제조, 시판 중인 주류업체들을 대상으로 열리고 있다.
김애란 대표는 이번에 수상한 ‘진도홍주 58°’는 지초와 국산 쌀로 빚은 순곡주로, 순도 60°이지만 중국과 싱가포르로 수출하는 제품이기에 그들이 좋아하는 숫자인 ‘8’을 넣었다고 한다.
김애란 대표는 전문 사업가이지만 우리에게 ‘시인 김정화’로 더 알려져 있다.
필명 ‘김정화’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1978년 현대문학 ‘어떠리’에 등단하고 1980년대 후반 미국 케네소대학에서 현대문학에 대한 강의를 했다.
전국 제일의 낙조 전망지인 ‘세방낙조’에 가면 지금도 그의 시비 ‘그 섬에 가리’가 일몰을 찾는 관광객의 시선을 붙잡고 있다.
김 대표는 장흥에서 막걸리 공장을 운영했던 아버지와 화가인 어머니의 피를 이어 받았다.
27년 전, 무역업을 하면서 진도에서 시작(詩作)을 하던 중 부도가 난 지금의 공장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얼떨결에 인수한 김 대표는 ‘K-전통주’ 세계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중국, 태국, 폴란드, 미국 라스베가스 등 세계 식품박람회에 꾸준히 참가한 결과 지금은 중국과 싱가포르에 당당히 수출 중이며 곧 미국으로도 진출할 예정이다.
김 대표를 인터뷰 하면서, 왜 홍주가 있는 진도에 와서 술과 예술을 논하지 말라라는 말이 나왔는지 알 수 있었다.
다음은 진도 세방낙조에 있는 시비에 새겨진 그의 시, ‘그 섬에 가리’의 전문이다.
‘그 섬에 가리’ 시 -김정화-
바람 따라가듯
길 없어도
바다를 향해 가슴을 열고
너에게 가리
일곱 빛깔 영롱한 별빛아래
바다와 하늘이 몸을 섞으며
슬픔을 묻는 곳
그 섬에 가리
넘어지고 또 일어서고
돌아온 길 돌아다보며
먼 하늘 한 자락 눈에 묻고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서 있는
남쪽 끝 그 섬으로
나는 가리
= 하이유에스코리아 강남중 기자 =